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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서울 부동산 초양극화, 그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by 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2025. 3. 30.

시작하며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초양극화로 불릴 만큼 극단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싼 곳은 더 비싸지고, 저평가된 지역은 장기간 정체 상태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단순히 입지나 교통의 문제가 아닌, 도시 구조 자체에 내재된 ‘갈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도시문헌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서울은 '성장'이 아닌 '충돌과 갈등'의 역사였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년간 쌓여온 공간의 불균형과 정치·사회적 이슈가 응축돼 있다.

그리고 이 '갈등의 지형'을 무시한 채 투자하거나 개발에 뛰어든다면, 언젠가 큰 리스크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1. 서울 초양극화, 그 근본 원인

서울의 초양극화는 단순히 부동산 가격 차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서울과 경기도 사이의 행정, 교통, 문화 갈등이 누적되며 만들어진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① 도시 구조 자체의 불균형

  • 서울은 핵심 행정 기능과 경제력을 과도하게 집중시키며 성장해 왔다.
  • 그러나 동시에 서울 외곽의 거주민들은 교통, 교육, 공공 인프라에서 소외되었다.

② 시설의 외곽 이전

  • 혐오시설, 군부대, 화장장 등이 서울에서 밀려나듯 경기도 경계에 세워진다.
  • 대표적으로 서울시립화장장은 실제 위치는 고양시지만 ‘서울’ 명칭을 붙이고 있다.

③ 역사적 배경의 단절

  • 서울은 재개발을 통해 근현대사를 지운 반면, 도시의 외곽에는 과거 흔적이 남아 있다.
  • 이러한 단절은 지역 간 정체성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2. 갈등 도시의 단면: 부평, 신림동, 상도동

서울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려면, 서울 ‘안’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서울과 인접한 경계 지역들이 겪은 갈등과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부평: 사라진 수도 후보지

  • 1951년, 서울이 전쟁 피해로 기능을 상실하자, 부평이 임시 수도 후보지로 거론된 적이 있다.
  • 그러나 이후 개발 방향이 서울 중심부로 돌아가면서 부평은 점차 변두리로 밀려났다.
  • 현재는 서울, 인천, 경기도 경계선에 위치해 애매한 도시 정체성을 가진 지역으로 남았다.

② 신림동과 봉천동: 잊힌 강남의 기억

  • 한때 '서부 강남권'이라 불릴 정도로 주목받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고시촌 이미지가 강하다.
  • 동방생명, 삼성생명 등이 조성한 주거 단지가 있었고, 서울대와 관악산 관광지 개발까지 추진되었지만 미완으로 남았다.
  • 샤로수길을 중심으로 최근 상권이 부활하고 있으나, 과거 강남권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③ 상도동: 마지막 식민지 신도시의 흔적

  • 상도동은 일제 강점기에 계획된 단독주택 중심의 신도시로, '상도 영단주택'이 대표적이다.
  • 해방 후 철거민촌, 문중당, 산비탈 주거지 등이 혼재되며 개발이 정체되었고, 현재 뉴타운 재개발 중이다.
  • 2018년 상도유치원 붕괴 사건은 해당 지역의 물리적 위험성과 개발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3. 재개발과 도시의 미래: 용산, 성수, 한남, 성동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재개발은 단순히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용산, 성수, 한남, 성동이다.

① 용산: 옛 미군기지에서 서울의 중심으로

  • 미군기지 반환 이후, 용산은 서울의 ‘두 번째 중심’이 되기 위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 이태원, 해방촌, 보광동 등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품은 공간이 혼재되어 있다.
  • 하지만 과도한 고급화와 단일 아파트화로 인해 지역 다양성이 약해지고 있다.

② 성수동: 철공소와 예술, 그리고 개발의 충돌

  • 성수동은 원래 봉제와 철공업 중심 지역으로, 지금도 소규모 공장이 운영 중이다.
  • 최근에는 문화예술 공간과 카페 등이 들어서며, 젊은층과 투자자 유입이 활발하다.
  • 그러나 기존 공업 종사자들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갈등도 존재한다.

③ 한남동 vs 성수동: 고요한 부촌과 활기찬 상권

  • 한남뉴타운은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주거지로 재편되는 중이다.
  • 반면, 성수는 활기와 소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상업성과 문화가 어우러진다.
  • 투자 측면에선 양쪽 모두 유망하지만, 거주의 목적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④ 성동구: 아파트 그 이상을 위한 공간

  • 왕십리, 금호, 응봉 등은 단순 주거지를 넘어 복합 기능을 갖춘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 도시 재생과 상권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며, 서울 동부권의 축으로 부상 중이다.

 

4. 종로와 을지로, 오래된 도시의 현재

서울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종로와 을지로는 도시 개발의 흐름과 무관하게 그 자리에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곳도 점차 변화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다.

① 피맛골과 종료동 일대의 생존

  • 종로 피맛길은 일부 구간이 보존되어 있으며,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과 지역민이 찾는 공간이다.
  • 좁은 골목과 오래된 주택이 밀집해 있어 개발은 쉽지 않다.

② 을지로: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거리

  • 을지로는 낮에는 철공업, 인쇄업이 돌아가고 밤에는 힙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 소규모 자영업자와 유입된 젊은층 사이의 갈등도 잠재되어 있다.

③ 명동과 청계천의 이면

  • 한때 서울의 상업 중심지였던 명동은 팬데믹 이후 침체를 겪고 있다.
  • 청계천은 복원 이후 관광 명소로 기능했으나, 상권은 여전히 약세다.

 

5. 서울 외곽의 개발 흐름과 경계의 모호함

서울이라는 도시는 단일 행정 구역으로만 볼 수 없다. 수많은 기능과 시설이 경기도로 밀려났고, 서울 시민을 위한 인프라 대부분은 행정구역 바깥에 존재한다.

① 서울의 혐오시설 외부 이전

  • 고양 덕양구에는 서울시 북부 저유소, 화장장이 존재한다.
  • 의왕엔 서울구치소, 성남엔 서울공항이 위치하고 있다.
  • 서울은 시설 이름을 '서울'로 유지한 채, 경기도에 기능을 분산시켰다.

② 수색·상암 일대: 군사에서 미디어 도시로

  • 일제강점기 수색은 대륙으로 가는 철도 거점이자 조차장이었다.
  • 최근에는 상암 DMC와 미디어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 중이다.
  • 화전동, 항공대 주변, 상암 문화비축기지 등도 같은 맥락으로 연결된다.

③ 은평 뉴타운과 이말산

  • 은평 뉴타운은 공동묘지를 밀어낸 자리에 조성된 대표 사례이다.
  • 이말산 일대는 여전히 군사보호구역이 남아 있어 멧돼지가 출몰할 정도다.
  • 지축, 삼송 역시 박정희 정권 시절 군사적 이유로 개발 제한이 걸렸던 지역이었다.

 

6. 투자자가 바라봐야 할 도시의 구조

부동산 투자는 단순한 입지와 가격 상승만으로 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도시의 구조와 행정, 역사적 맥락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① 개발의 흐름은 갈등의 뿌리에서 시작된다

  • 현재의 재개발은 과거에 무시당하거나 외면받았던 공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 예컨대, 상도동이나 신림동처럼 물리적·사회적 한계를 겪었던 지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설정된다.

②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기반도 고려해야 한다

  • 성수동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닌, 예술과 제조업이 혼합된 복합지구로의 성격을 띤다.
  • 이러한 지역은 가격만 보고 투자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③ 서울과 경기도 사이, 물리적 거리보다 행정 구조를 보자

  • 서울에서 가까운 고양, 과천, 성남 일부 지역은 서울보다 더 서울 같은 도시 구조를 갖는다.
  • 그런데도 행정구역이 달라 정책 수혜에서 제외되거나 교통, 교육 인프라에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④ 숫자가 아닌 흐름을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 단순히 전세가율, 실거래가 상승률, 입주 물량 등의 숫자만으로 판단하면 부족하다.
  • 도시의 흐름과 맥락을 읽고, 개발 방향이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치며

서울은 하나의 단일한 도시가 아니다. 수많은 권력, 이해관계, 역사적 균열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런 만큼 부동산 시장도 단순히 ‘강남 vs 강북’ 같은 프레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의 과거를 알고, 현재의 구조를 이해하며, 미래의 흐름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하다. 결국 부동산 투자는 숫자보다 이야기를 읽는 힘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