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다주택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강남에 초호화 아파트를 세 채씩 가진 100억 자산가, 또는 전국 곳곳에 집을 쌓아놓고 전세값을 올려대는 '탐욕스러운 투자자' 같은 이미지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실제와는 꽤 거리가 멀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흔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현재 다주택자들이 처한 현실을 하나하나 짚어보려 합니다.
1. 다주택자의 종류
다주택자라고 해서 다 같은 부류는 아닙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1유형: 여유 자금으로 지방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
이들은 보통 수도권에 거주하며, 자신이 살 집 한 채 외에 지방에 작은 아파트를 몇 채 보유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는 상가나 다른 유형의 부동산보다 관리가 쉽고, 시세를 파악하기도 편하다는 이유로 선호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많아, 시장 변동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2유형: 노후 대비형 월세 수익자
이 부류는 은퇴를 준비하며 월세 수입을 목적으로 빌라나 오피스텔을 구매한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2억 원짜리 부동산이라도 아파트보다 빌라가 월세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곤 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큰 수익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하며 투자했지만, 최근 임대차보호법 강화와 세금 규제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3유형: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통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
마지막으로, 여러 채의 빌라나 다가구 주택을 통해 월세를 받는 수익형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임대사업자'에 가까운 형태로 활동했지만, 과거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세금 부담과 임대료 규제가 맞물리면서 상당수가 수익성을 잃고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습니다.
2. 다주택자가 집값을 올린다? 오해와 현실
'다주택자 =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등식은 언론과 정책에서 자주 제기됩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보면 이 주장은 다소 과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 다주택자들이 시장에서 추가로 집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 취득세: 다주택자는 새 집을 구매할 때 최대 13%의 취득세를 내야 합니다. 집값이 10억이라면 세금만 1억 3,000만원이라는 얘기입니다.
- 양도세 중과: 집을 팔 때 최대 70~8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 집을 사고팔며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보유세 증가: 종합부동산세 역시 큰 부담입니다.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 연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들은 더 이상 시장에서 매수자로 나설 여력이 없습니다. 이들은 기존 주택을 유지하거나, 일부 매각하며 보유 자산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3. 똘똘한 한 채 정책의 결과
정부의 '똘똘한 한 채' 정책은 고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을 선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변 재건축 지역처럼 입지가 뛰어난 곳의 집값이 폭등하게 되었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전세 물량 감소
다주택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실거주 전환을 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했습니다. 이는 전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에게 부담을 안겼습니다.
살기 좋은 지역의 독점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부유층이 강남과 같은 인기 지역으로 몰리면서, 해당 지역은 더욱 부유층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의 다른 지역 및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도 맞물립니다.
차별화된 주거 환경
고급 지역의 거주민들이 젊어지고, 차량이나 생활 수준이 높아지는 등 계층 분리가 심화되었습니다. 실제로, 강남권 지하주차장의 외제차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4. 다주택자들의 현재 상황
현재 다주택자들은 사실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추가 매수는 물론,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
보유한 집을 팔아 다른 집으로 옮기려 해도, 세금이 너무 높아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거래량 감소
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다주택자들이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빈번합니다. 특히 지방의 소형 아파트나 빌라는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투자처로 이동
일부 다주택자들은 부동산 대신 주식이나 암호화폐 같은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마치며
다주택자는 더 이상 과거처럼 시장을 좌우하는 주체가 아닙니다. 오늘날 부동산 시장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다주택자에 대한 단편적인 오해를 벗어나, 정책의 실제 효과와 그로 인한 부작용을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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