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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57년 만의 서울 트램, 왜 위례 트램 개통이 또 연기됐을까?

by 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2025. 3. 28.

시작하며

서울에서 트램이 사라진 지 57년이 지났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트램이 도입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위례신도시의 노면전차 개통은 또 한 번 연기됐다. 공정률이 87%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하반기로 미뤄진 배경에는 단순한 공사 지연이 아닌 제도적 갈등과 교통 체계 설계의 복잡한 문제가 숨어 있다. 서울시, 경찰청,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들이 얽힌 이 상황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구축을 넘어 행정의 조율, 안전, 법률 적용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충돌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왜 위례 트램 개통이 연기됐는지, 어떤 문제가 얽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해결이 가능한지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1. 위례 트램의 탄생 배경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와 성남, 하남에 걸쳐 조성된 대규모 택지지구로, 현재 약 13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하철 노선은 부족하고, 대부분의 교통이 버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위례를 남북으로 관통하며 마천역(5호선)과 복정역(8호선, 수서역 환승) 사이를 잇는 5.4km 길이의 노면전차를 계획했다.

이 트램은 기존 유럽 도시에 흔한 형태처럼 도로 위에서 버스, 택시, 차량들과 함께 운행되지만, 전선을 없애고 배터리 기반으로 움직이는 방식이어서 시각적으로도 깔끔하고 현대적인 교통수단으로 기대를 모았다.

  • 공사 계획: 2019년 착공, 2024년 개통 예정
  • 현재 상태: 공정률 약 87%
  • 차종: 배터리 기반 노면전차 (길이 약 35~37m)
  • 승강장: 일반 도로 높이에 설치, 총 12곳
  • 예상 운영비: 연간 약 260억~300억원

 

2. 개통이 연기된 두 가지 핵심 이유

1) 차량기지 공사 지연

트램 차량기지는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며,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대량의 폐기물이 발생하면서 약 4~5개월의 지연이 발생했다. 이는 구조적 지연으로, 비교적 시간만 들이면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

2) 교차로 안전 규제와 법적 책임 문제

더 큰 문제는 교차로에서의 트램 운행 안전성과 사고 시 관할 책임 주체에 대한 갈등이다.

  • 교통법 적용 논란: 트램이 도로에서 버스나 차량과 함께 달리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도로교통법을 적용할지, 철도안전법을 적용할지를 두고 경찰청과 서울시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 신호체계 통합 설계 문제: 보행자, 차량, 자전거 등의 신호 체계를 어떻게 연동할지를 두고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 사고 발생 시 책임 조사 주체 미정: 초기 사고 조사와 현장 정리를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미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24년 하반기 개통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2025년 하반기 개통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3. 위례 트램이 필요한 이유

위례신도시는 현재 지하철 교통망이 부족하고, 주민들이 서울 강남권으로 이동하기 위해 마천역 또는 복정역까지 오가야 한다. 하지만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버스 혼잡도가 높고, 통근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트램은 이러한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중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 수송 능력: 시내버스 대비 2~3배 이상
  • 정시성: 정해진 전용 노선을 따라 운행
  • 환경 친화적: 전기 기반으로 배출가스 없음

게다가 트램은 지상형 경전철로서 건설비가 중전철보다 3~40% 저렴하고, 계획 도시의 도시 미관과 관광 요소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효율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같은 건설비 대비 수송량은 지하철보다 낮고, 도로와 교차하는 구조는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초기 2년간 사고 집중 현상이 유럽 사례에서도 나타났다.

 

4. 유럽 사례와 사고 위험성

서울 경찰청이 우려하는 부분은 유럽 사례에서 확인된 트램 사고의 특징과 연관이 있다. 프랑스, 핀란드, 독일 등지에서 트램이 보편화된 이후 초기 1~2년 동안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이 중 40% 이상이 자동차와의 교차로 충돌에서 일어났다.

① 보행자 사고

헬싱키 등에서는 자전거와 보행자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트램이 정차 후 다시 출발하는 타이밍, 혹은 교차로에서 방향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충돌이 잦았다.

② 자동차와의 충돌

직각 교차로에서 트램과 차량이 동시에 진입하거나, 트램의 길이 문제로 인해 회전 구간에서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③ 야간 사고 우려

야간에는 난간을 넘어 무단 진입하는 사고 가능성도 있고, 시야 확보 문제로 인해 충돌 위험이 높다. 이에 서울시는 모든 구간에 80cm~1m 높이의 안전 펜스를 설치해 무단 횡단을 막을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유럽 사례를 참고해 신호 연동 시뮬레이션과 1년간의 시운전 기간을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경찰청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제도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5. 위례 트램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후폭풍

트램 개통이 또 한 번 미뤄지면서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강남권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례는 여전히 교통 불편이 크고, 트램이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일부 주민들은 서울 경찰청에 항의 전화를 걸고
  •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불만 여론이 확산 중
  •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 가능성 제기

특히 위례는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트램 노선을 염두에 두고 중앙 분리대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이미 공간과 예산을 들였는데 왜 이 시점에 제도 문제로 멈추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6. 왜 트램 사업은 추진이 어려운가?

트램은 그간 전국 곳곳에서 추진됐다가 무산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판교, 송도, 부산 일부 지역에서도 트램 도입이 논의됐지만, 대부분 경제성 평가 통과에 실패하거나,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지역 추진 현황 문제점
위례 공정률 87%, 개통 지연 교통 심의 미통과, 제도 충돌
판교 계획만 있음 사업성 부족, 장기화
송도 추진 중지 수요 부족, 경제성 미달
동탄 건설 확정, 계획 통과 사업비 크지만 추진 속도 양호
대전 추진 중 사고 대응체계 논의 중

트램이 가진 구조적 한계도 있다. 중전철 대비 낮은 수송 효율, 교통 혼잡과의 연계성, 도시 구조에 맞지 않으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마치며

위례 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신도시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핵심 인프라이자, 서울시가 다시 추진하는 첫 노면전차라는 상징성을 지닌 프로젝트다. 이미 87%까지 공사가 진행된 만큼, 조속한 제도적 정비와 협의가 필요하다.

서울시와 경찰청, 국토부가 더 이상 책임 공방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실제 트램 운영에 필요한 안전 체계와 법적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향후 판교, 송도, 동탄 등 다른 신도시로도 트램 사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위례 트램이 모범 사례로 완성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