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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저가 입찰의 후폭풍, ‘열차 두 동강’ 사태로 드러난 철도 산업의 민낯

by 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2026. 1. 25.

시작하며

최근 뉴스에서 서해선 열차 분리 사고ITX-마음 납품 지연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사고의 원인이 단순한 제조 결함이 아니라, 국내 철도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문제다.

나는 이번 사건을 정리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다.

그 흐름을 따라가 보면,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닌 한국 철도 시스템 전반의 경고음임을 알 수 있다.

 

1. 국내 철도 산업, 언제부터 한 회사만 남았나

한국의 철도 차량 산업은 한때 경쟁 구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독점 구조에 가깝다.

(1) 철도 차량 제조사 통합의 시작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철도 차량을 만드는 곳은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세 곳이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이 세 회사는 통합되어 ‘한국철도차량주식회사(KOROS)’로 출범했고, 이후 ‘현대로템’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현대자동차 그룹이 대우의 지분을 인수했고, 한진도 철수하면서 결국 국내 철도 차량 제작은 사실상 현대로템 단일 체제로 굳어졌다.

(2) 경쟁 부활을 시도한 서울시의 움직임

서울시는 2014년, 지하철 2호선 노후 차량 교체 사업을 국제 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때 외국계 업체가 낙찰되면서 오랜만에 철도 산업에 경쟁 구도가 도입되었다.

이 회사는 이후 4호선, 서해선, 그리고 ITX-마음 차량 제작을 잇따라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을 넓혀갔다.

 

2. 서해선 열차 분리 사고, 저가 입찰의 대가

2025년 10월, 서해선 전동차 객차 분리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은 없었지만, 객차를 잇는 연결기 파손이라는 심각한 문제였다.

(1) 사고의 직접 원인

연결기 피로 파괴로 객차가 분리되었고, 이 문제로 도입된 모든 서해선 열차의 연결기 교체가 결정되었다.

이 차량은 납품이 지연된 끝에 어렵게 들어온 모델이었고, 결국 납품 지연 + 품질 결함이라는 이중 문제가 드러났다.

(2) 운행 차질이 만든 악순환

사고 이후 서해선은 열차 간 이동이 제한되고 서행 운전으로 바뀌었다.

배차 간격이 길어졌고, 이용자 불편이 심해졌다.

코레일은 경의중앙선 일부 운행을 줄여서 대응했지만 결국 노선 전체가 느려지는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

 

3. ITX-마음, 새 열차인데 왜 고장 투성이일까

2023년, 코레일은 ITX-마음이라는 새 열차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1) 잦은 고장과 구조적 문제

운행 2주 만에 280회 이상 고장이 발생했고, 가장 큰 문제는 출입문과 발판 결함이었다.

낮은 승강장과 높은 승강장을 모두 대응하려다 구조가 복잡해졌고, 발판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문이 안 열리는 사례가 잦았다.

또한 계약 당시보다 차량 무게가 15톤 더 무겁게 제작되어 입석 승객 비율을 절반으로 줄여야 했다.

이로 인해 코레일은 향후 25년간 약 11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2) 끝나지 않은 납품 지연

ITX-마음 1차 계약은 2018년 12월에, 2차 계약은 2019년 11월에 체결됐다.

하지만 2026년 1월 현재 납품 완료율은 39%에 불과하다.

즉, 1·2차분 모두 절반 이상이 아직 납품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2024년에 3차분 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1·2차 납품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3차분까지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4. 서울 지하철 신형 차량 교체 사업도 ‘올스톱’

서울교통공사 역시 5호선과 8호선 신형 열차 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낙찰된 이 사업도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1) 납품 현황의 심각성

전체 41편성 중 현재 시운전 중인 차량은 단 1편성뿐이다.

납품 기한이 2025년 6월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두 완성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이후 7호선, 9호선, 신안산선 등 여러 신규 노선 차량 사업도 잇따라 수주했다.

(2) 향후 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

납품이 지연되면 노선 연장 자체가 늦어진다.

7호선 청라 연장(2027년 예정)도 이 회사가 제작을 맡고 있는데, 현재 흐름이라면 이 일정도 지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5. ‘값싼 입찰’이 진짜 절감이었을까

이 모든 문제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저가 낙찰 경쟁이다.

정부는 저렴한 가격으로 열차를 도입한 사례를 한때 ‘예산 절감 우수 사례’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구분 계약 시점 납품 상태 주요 문제
서해선 전동차 2018~2023 연결기 파손, 서행 운전 안전 문제
ITX-마음 2018~2026(지연 중) 출입문 고장, 과중량 품질 및 납품 지연
5·8호선 신형차 2021~2025 시운전 1편성 제작 지연
신안산선 계약만 체결 계약 해지 통보 일정 불확실

결국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통했다.

예산은 아꼈지만, 안전·품질·신뢰는 잃었다.

지금 한국 철도는 이 저가 경쟁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셈이다.

 

6. 앞으로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국내 철도 산업이 안정되려면 단순히 납품 기한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품질 중심의 조달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한 회사에 집중된 구조를 완화하고, 다양한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여러 산업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가장 싸게 준 곳이 결국 가장 비싸게 만든다”는 말을 자주 실감했다.

철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보다 신뢰가 우선인 산업이라는 점을 이 사건이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마치며

서해선의 사고와 ITX-마음의 납품 지연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이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안전 인프라다.

단기 예산 절감보다 안전과 품질을 중심으로 한 조달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 철도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싸게’보다 ‘제때, 제대로’라는 기준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