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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전세금 신탁제, 임대인에게 의무화될까? 시장이 걱정하는 이유

by 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2026. 1. 22.

시작하며

최근 정부가 ‘전세금을 신탁 형태로 관리하겠다’는 정책을 검토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세금을 금융기관의 신탁 계좌에 예치해 안전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임대인 규제 강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제도의 핵심 내용과 구조적 문제, 그리고 향후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다.

 

1. 정부의 전세금 신탁 제도, 어떤 구조인가

이번 정책의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받은 전세금을 신탁 계좌에 넣어두고, 이를 정부나 금융기관이 대신 관리하는 구조다. 겉보기에는 ‘보증금 사고 방지’ 목적이지만, 시장 논리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핵심 아이디어는 두 가지다.

  • 임차인의 전세금이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한다.
  • 임대인이 그 돈을 부동산 외 투자에 사용하는 것을 막는다.

문제는 이 발상 자체가 전세 제도의 본질을 오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 전세금의 본질을 다시 봐야 한다

전세금은 단순히 ‘맡겨두는 돈’이 아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일종의 레버리지 수단이다.

(1) 전세를 활용하는 이유

많은 임대인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유는 대출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 대출로는 3억원밖에 안 되지만, 전세를 끼면 5억원짜리 집을 살 수 있다.
  • 이 구조에서 전세금은 사실상 ‘무이자 대출’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 따라서 전세금은 ‘예금해 두는 돈’이 아니라, 매입 자금 그 자체이다.

이 점을 간과한 채 “전세금을 신탁에 넣어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3. 임대인 입장에서 본 신탁 제도의 문제점

(1) 현금 흐름이 막히는 구조

임대인은 대부분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가 아니다.

  • 실제로 전세금을 받아 매도자에게 송금하는 순간, 그 돈은 이미 시장에 흘러가 있다.
  • 임대인 계좌에 남는 돈은 거의 없는데, 신탁 계좌에 예치하라는 건 유동성 자체를 차단하는 셈이다.

이 제도가 의무화되면, 임대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된다.

(2) ‘희망자만’ 시작되는 제도의 위험

초기에는 ‘희망자에 한해’ 적용된다고 하지만, 이런 제도는 대부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의무화 수순을 밟는다.

  • 전세보증보험도 처음엔 선택제였지만, 지금은 등록 임대사업자의 필수 항목이다.
  • 보험료 부담, 등기 의무, 법무비용 등으로 임대인의 행정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

결국 신탁제도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4. 임대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이유

전세금 신탁이 강제로 도입되면, 임대 공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비아파트, 다세대, 빌라 시장은 자금 회전이 막혀 급속히 위축된다.
  • 전세 공급이 줄면, 임차인들은 월세로 몰리고, 월세가 오르는 구조가 된다.
  • 결과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려던 제도가 임차인 부담을 키우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

전세금 신탁 도입 시 예상되는 변화

구분 단기 영향 중장기 영향
임대인 전세 공급 감소, 현금 유동성 악화 임대사업 축소, 매물 급감
임차인 안전성 증가 기대 월세 상승, 선택지 감소
시장 전체 제도 불확실성 확대 기업형 임대 확대, 개인 임대 퇴출

 

5. 해외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미 이런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냉정하다.

(1) 임대시장 붕괴와 과열 경쟁

독일, 프랑스 등은 임대 규제가 강해지면서

  •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 세입자 경쟁률이 100대 1 수준으로 치솟았다.

결국 개인 임대인은 사라지고, 기업형 임대 시장이 대세가 됐다.

(2) 법인 임대의 협상력 강화

  • 수천 채를 보유한 법인들은 가격 통제권을 쥐고 있다.
  • 일부 지역은 전략적으로 공실을 유지하며 시세를 조정한다.
  • 결과적으로 시장 가격은 더 비탄력적으로 움직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통제하기 쉽지만, 임차인에게 유리한 구조는 아니다.

 

6. 시장의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가

전세금 신탁보다 실질적인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1) 공급 확대 중심의 접근

  • 집값이 오를 때든 내릴 때든 공급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 호주처럼 용적률 완화, 민간 공급 활성화가 병행돼야 시장이 안정된다.

(2) 젊은 세대를 위한 금융 접근성 확대

  • 30대·신혼부부에게 LTV를 80~90%까지 열어주고,
  • 고정 금리 대출로 이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 ‘이자 걱정이 이사 걱정보다 낫다’는 말처럼, 장기 거주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7. 결국 제도가 바뀌어야 시장이 산다

지금의 정부 정책은 임차인 보호 의도는 분명하지만, 시장 작동 원리를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

  • 전세금 신탁은 안전망이 아니라, 임대 공급 위축 장치가 될 수 있다.
  • 진짜 해법은 ‘규제’가 아니라 ‘균형 잡힌 금융과 공급 구조’다.

 

마치며

정부가 내세운 전세금 신탁 제도는 겉보기엔 합리적이지만, 시장 구조상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다. 전세 제도의 핵심은 ‘신뢰’와 ‘자금 회전’에 있다. 이를 행정적으로 묶어두면 시장은 경직되고, 결국 피해는 세입자에게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건 임대인을 옥죄는 제도보다, 안정적 금융 시스템과 주택 공급 확충을 병행하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