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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서울 태릉CC·용산 정비창, 1.29 공급대책이 막히는 이유를 현실로 보니

by 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2026. 2. 12.

시작하며

1.29 공급대책이 발표됐을 때, 나 역시 숫자부터 봤다. 서울과 수도권에 6만 가구, 그중 서울에만 2만 가구 정도를 공급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낯설지 않은 지명이 다시 등장했다. 노원 태릉CC, 그리고 용산 정비창이다. “이번엔 다를까?”라는 생각보다 “왜 늘 여기일까?”라는 질문이 먼저 들었다.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1. 태릉CC 이야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

태릉CC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규모의 땅이다. 그래서 공급 대책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늘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는 점이다.

(1) 왜 태릉CC는 늘 후보가 될까

서울 안에서 6,000가구 이상을 한 번에 논의할 수 있는 땅은 거의 없다. 태릉CC는 그 드문 예외다. 외곽 이전 없이 서울 내부에서 공급한다는 상징성도 크다. 정책 발표용으로는 이해가 된다. “서울 안에서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2) 그런데 현실에서는 왜 진도가 안 나갈까

① 역사문화 보존 구역 문제

  • 태릉CC 일부는 왕릉과 역사문화 보존 구역이 겹친다
  • 이 경우 일반 개발이 아니라 훨씬 까다로운 평가를 받아야 한다

② 지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 평지처럼 보이지만 완만하게 올라가는 구릉 구조다
  • 앞은 낮게, 뒤는 높게 짓는 일반적인 배치가 잘 안 맞는다

③ 연못과 시야각 문제

  • 왕릉 앞 연못 주변은 일정 거리 이상 비워야 한다
  • 건물 높이뿐 아니라 밀도 자체를 낮춰야 한다

 

(3) 결국 숫자가 줄어드는 구조

내가 보기엔 이 지점이 핵심이다. 과거에도 같은 조건에서 검토했을 때, 6,000가구 이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이미 한 번 나왔다. 그때는 3,0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땅도, 기준도 바뀌지 않았다면 이번에 숫자가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6,800가구를 이야기하면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묻게 된다.

“결국 또 줄어들지 않을까?”

 

2. 용산 정비창, 공급 숫자보다 복잡한 계산

용산은 태릉과 성격이 다르다. 여기는 문화재보다는 도시의 역할이 충돌한다.

(1) 왜 용산에 1만 가구를 넣으려 할까

용산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 중 하나다. 교통, 상업, 업무 기능을 한 번에 키울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대형 부지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땅을 비워두기 어렵다. 공급이 급한 상황에서 “여기라도 써야 한다”는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2) 서울시가 부담을 느끼는 이유

① 업무지구 정체성 문제

  • 원래 계획은 주거 비율 30% 안팎이었다
  • 1만 가구를 넣으려면 주거 비율이 절반 가까이 올라간다

② 그렇게 되면 생기는 변화

  • 오피스와 상업 기능이 줄어든다
  • 일자리 중심지라는 성격이 약해진다

③ “이럴 거면 왜 업무지구인가”라는 질문

  • 단순 대규모 주거지와 차별성이 사라진다

 

(3) 학교 문제는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이건 현장에서 많이들 간과하는 부분이다.

① 6,000가구와 1만 가구의 차이

  • 6,000가구까지는 기존 학교 증축으로 버틸 여지가 있다
  • 1만 가구가 되면 학교 신설이 거의 불가피하다

② 용산에서 학교 부지를 찾는 문제

  • 땅이 없다
  • 있다 해도 비용 부담이 크다

③ 결국 선택지는 세 가지다

  • 가구 수를 줄이거나
  • 평형을 더 쪼개거나
  • 계획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3. 1.29 공급대책을 보며 들었던 솔직한 생각

이 나이가 되니 발표 숫자보다 과정이 먼저 보인다.

(1) 조건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 태릉의 지형은 그대로다
  • 문화 관련 기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용산의 도시 기능 충돌 역시 여전하다

시간만 흘렀다. 그래서 시장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2) 발표는 빠르고, 실행은 느리다

발표는 하루면 끝난다. 하지만 실제로는

  • 협의
  • 평가
  • 조정
  • 반대

이 과정이 수년씩 걸린다. 그래서 공급대책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점점 힘을 잃는다.

 

(3) 그래도 고민 자체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마냥 비판만 할 문제도 아니다. 서울에 더 이상 쓸 땅이 거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재건축·재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그 과정에서 집값이 흔들리는 것도 부담이다. 결국 정부가 이런 땅을 계속 들여다보는 이유도 이해는 된다.

 

마치며

태릉CC와 용산 정비창을 보면, 서울에서 집을 짓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대로 드러난다. 단순히 “짓자”와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 지형, 도시 기능, 학교, 주민 반대까지 얽혀 있다. 그래서 1.29 공급대책을 볼 때는 숫자보다 그 숫자가 현실이 될 수 있는 구조인지부터 봐야 한다. 앞으로 이 두 곳의 논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면, 서울 주택 정책의 방향도 어느 정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