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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입주 물량 부족하다는데… 누구 말이 맞는 걸까?

by 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2025. 4. 1.

시작하며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이슈가 있다. 바로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집이 부족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기에, 이 말 한마디에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부와 언론, 그리고 민간기관들은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입주 물량 데이터를 보는 방식의 차이를 짚어보고, 우리가 어떤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하면 좋을지 정리해본다.

 

1. 입주 물량 통계의 출처와 종류

입주 물량 통계는 크게 두 가지 출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정부(한국부동산원)

정부에서는 매월 준공된 물량을 조사해 공개한다. 이 수치는 이미 공사가 완료된, 말 그대로 실제로 입주 가능한 주택 수를 의미한다. 정확하지만 시점상으로 '결과'에 가까운, 후행 데이터다.

2) 민간업체(예: 부동산R114)

반대로 민간업체가 제공하는 입주 물량 통계는 미래 시점을 기준으로 예측하는 선행 지표이다. 대개 분양 당시 입주 예정일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모으기 때문에, 앞으로 2년 반에서 3년 후의 입주 물량을 예측할 수 있다.

 

2. 착공과 입주 사이의 시간 차

아파트 한 채가 착공에서 입주까지 이어지려면 약 30개월에서 36개월이 걸린다. 민간업체는 착공과 함께 발표되는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공고문에는 입주 예정 시기가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2~3년 후까지의 입주 물량을 미리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11월에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왔다면, 입주는 2027년 4월쯤이 된다. 이런 식으로 미리 조사해 두면, 미래의 공급량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3. 민간 vs 정부 통계가 다른 이유

① 입주자 모집 공고 시점의 차이

착공은 했지만 아직 분양 공고를 내지 않은 경우, 민간업체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이런 물량은 정부가 보완 조사를 통해 반영한다.

② 임대 물량 포함 여부

정부는 공공임대주택도 포함하지만, 민간업체는 임대 아파트를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조사 목적의 차이 때문이다. 전세시장과 연관된 일반 아파트에 집중하기 위해 임대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는 임대도 중요한 공급 물량으로 간주한다.

 

4. 입주 물량 통계를 이해할 때 참고할 점

입주 물량 통계를 해석할 때, 다음의 차이를 인지해야 한다.

구분 정부 통계 (한국부동산원) 민간업체 통계 (예: 부동산R114)
기준 시점 후행 (준공 이후) 선행 (입주자 모집 공고 기준)
포함 범위 일반+임대 포함 일반 위주, 임대 제외 가능성
자료 방식 지자체 검증 및 보정 포함 모집 공고 직접 수집 기반
장점 정확하고 폭넓은 데이터 예측력 있는 선행 데이터
단점 이미 지나간 수치 중심 일부 착공물량 누락 가능

이 차이를 모르고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면, ‘어디는 많다 하고 어디는 부족하다 하네’라는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5.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말, 믿어도 될까?

사실 정부도 민간업체 데이터를 참고하고 있다. 정부 발표 역시 민간 데이터에 지자체 검증을 추가해 가공한 수치이다. 때문에 서로 완전히 다른 데이터는 아니며, 해석 기준이 다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느 쪽이 맞고 틀렸다기보다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장기적인 추세를 보고 싶다면 민간업체 자료가 유용하고, 임대 포함 등 전체적인 공급 상황을 보려면 정부 자료가 더 정교하다.

 

마치며

부동산 통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같은 데이터도 해석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언론이 말하는 공급 부족, 정부가 말하는 공급 충분은 서로 틀렸다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퍼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 퍼즐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느냐이다.

입주 물량 데이터를 분석할 땐, 그 데이터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시점에서 수집되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