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최근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로 인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 중단 사태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부산 영도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사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입주를 막기 위해 현관문에 쇠봉을 설치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어떤 구조적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1. 부산 영도 아파트에 벌어진 이례적 상황
1) 쇠봉 설치까지…입주 저지 유치권 행사
2024년 부산 영도에서 입주를 앞둔 재개발 아파트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에서 시공사가 현관문에 쇠봉을 박아 입주를 차단하는 일이 벌어졌다.이는 유치권 행사로, 공사비 증액에 따른 조합원 추가 분담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공사가 건물 점유권을 주장하며 입주를 막은 것이다.
2) 추가 공사비 170억원, 가구당 5,000만원 분담 요구
시공사 측은 전체 공사비가 인상되었고, 이에 따라 조합원 224가구가 약 5,000만원씩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총액으로 보면 약 170억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셈이다.
3) 고령 조합원들의 반발
이 아파트 조합은 고령층 비율이 높아 추가 비용에 대한 반발도 크다.단순한 갈등을 넘어 언론 제보, 소송 준비 등 강한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 ‘제2의 둔촌주공’ 우려, 왜 현실이 되었나
① 둔촌주공 사례: 증액 갈등의 본보기
2023년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공사비가 1조3,850억원으로 증액되었고, 이 중 일부만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받았다.부동산원은 약 377억원을 감액하라는 결론을 냈지만, 나머지 약 1조원에 대해서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되었다.
② 공사비 증액 = 조합원 부담금 증가
공사비가 오르면 결국 조합원이 추가로 돈을 부담해야 한다.그러나 조합원 입장에서는 시공사의 주장에 대한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쉽게 합의가 되지 않는다.
3. 강북 최대 재개발지 ‘부가연2구역’은 어떻게 조율했나
1) 삼성물산의 유연한 조정
강북권 최대 재개발 구역인 부가연2구역의 경우,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원안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협상에 나섰다.결과적으로 조합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지 않는 선에서 약 1,130억원의 증액이 결정되었다.
2) 이례적으로 원만한 합의
부가연2구역은 공사비 인상이라는 공통 문제에도 불구하고 갈등 없이 조율이 된 사례로, 다른 지역과 대조된다.
4. 공사비 증액의 구조적 원인들
① 건설물가 상승
최근 몇 년 간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특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겼고, 인플레이션 영향도 컸다.이에 따라 평당 공사비가 1년 사이 500~600만원대에서 900만원 이상으로 폭등했다.
② 제도 변화로 인한 비용 증가
- 주휴수당 반영: 2019년 기재부 기준 변경 이후 누락되었던 주휴수당이 건설비에 포함됨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현장 관리 비용 증가
-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근로자 수급의 어려움
③ 통계로 확인되는 상승폭
2024년 4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가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이는 단순한 체감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통계로 증명되는 현상이다.
5. 공사비 증액 분쟁, 제도적으로 가능했던 이유
① 모호한 계약서 문구
많은 시공 계약서에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된 명확한 조항이 없거나, 있어도 애매하게 표현된 경우가 많다.예를 들어, “물가상승에 따라 조정 가능”이라는 문구만 있는 경우, 얼마나, 어떤 기준으로 증액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
②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 지수 혼용
공사비 증액 기준을 설정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건설공사비 지수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이로 인해 시공사와 조합 간의 해석 차이가 생기고,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③ 설계 변경을 통한 변칙적 증액
일부 정비업자나 시공사들이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간접적으로 증액하는 경우도 있다.이는 조합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분쟁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6. 갈등 조정을 위한 제도 변화 시도
1) 도시정비법 개정: 계약서에 증액 요건 명시
최근 국회를 통과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시공 계약서에 공사비 증액 요건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이를 통해 향후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다.
2) 한국부동산원의 사전 컨설팅 강화
기존에는 부동산원이 시공 계약서 관련 사전 컨설팅을 수행한 적이 거의 없었다.그러나 이제는 계약서 작성 초기부터 부동산원의 검토를 받는 방식이 도입되어, 사전 갈등 조율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3) 과거 사례 분석: 반포1단지 총회 자료
과거 반포1단지의 총회 자료에서는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가능”이라는 문구와 함께, “착공 전까지 조정 신청 필요” 등의 문항이 포함되어 있었다.계약서로 채택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문구들이 향후 계약서 표준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7. 결국 ‘윈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① 분쟁은 모두의 손해
조합은 물론이고, 시공사도 갈등이 장기화되면 손해를 본다.조합원은 입주가 지연되고, 시공사는 자금 회수가 늦어진다.결국 이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② 해법은 ‘명확한 계약’과 ‘사전 협의’
공사비 증액 문제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한 계약이 필수적이다.또한, 시공사와 조합 간의 신뢰 구축, 조율 체계 마련도 중요하다.갈등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나 중재 시스템도 구축이 필요하다.
③ 정부·지자체의 역할 강화 필요
공사비 관련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계약 표준안 마련, 사전 검토 시스템 구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특히 고령 조합원이 많은 지역은 정보 제공과 법률 지원이 절실하다.
마치며
최근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반복되는 공사비 증액 갈등은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갈등의 형태로 번지고 있다.부산 영도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는 경우도 있는 만큼, 공사비 산정의 기준, 계약서 작성의 투명성, 그리고 양측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향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합, 시공사, 정부 모두가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하며, 특히 제도적 기반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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