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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가난할수록 서울로 향해야 하는 이유, 도시 밀도의 경제학

by 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2025. 3. 13.

시작하며

도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복잡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 높은 밀도와 비싼 주거비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흔히 떠오르는 문제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고,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은 더욱 서울에 발을 들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인 이유와 연결되어 있다. 도시의 밀도와 공공 인프라, 그리고 경제적 기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서울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 소멸이라는 사회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아래에서는 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일수록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살아야 하는지, 도시 밀도와 공공재 활용 측면에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도시 밀도가 만들어내는 공동 부담의 경제적 이점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이들이 함께 부담하고 누리는 공공 인프라가 존재한다. 지하철, 버스, 공원, 도로, 도서관, 병원과 같은 시설들은 한두 사람이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높은 밀도 덕분에 이러한 시설들은 유지될 수 있고, 이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1인당 부담 비용은 낮아지는 구조가 된다.

이처럼 도시는 일종의 대규모 공동 구매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비용은 나눠지고, 더 좋은 인프라를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일수록 이 시스템의 혜택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적은 돈으로도 양질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가난한 사람일수록 도시 인프라 의존도가 높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차량을 이용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의료 서비스도 선택의 폭이 넓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은 대중교통, 공공의료, 복지시설 등 도시의 공공 인프라에 크게 의존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촘촘하게 구축된 대중교통망 덕분에 차량이 없어도 이동이 수월하다.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도시 내에 공공병원과 복지시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경제적 부담 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도시에서 생활할 때 생존과 직결된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3.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가 만드는 경제적 기회

높은 인구밀도는 곧 일자리 기회와 연결된다. 소비자와 수요가 밀집된 만큼 다양한 업종과 일자리가 생겨난다. 이는 고임금 직장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이 접근 가능한 단기 일자리, 일용직, 서비스업 등 다양한 일자리를 포함한다.

지방에서는 기본적인 일자리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임시 일자리부터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까지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 이러한 경제적 기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드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4.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도시의 현실과 생존 네트워크

서울에는 동자동과 같은 쪽방촌이 여러 곳 존재한다. 비록 열악한 주거 환경이지만,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저렴한 임대료와 뛰어난 교통 접근성 덕분에 일자리와 인프라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도시의 빈민가는 단순히 주거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살며 서로 의지하고,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고, 생존을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네트워크가 중요한 생존 자산이 된다. 이러한 연대는 지방보다 도시에서 훨씬 쉽게 형성되며, 정보와 기회가 오가는 속도도 훨씬 빠르다.

 

5. 공공 개발과 재개발의 양면성

쪽방촌과 같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은 공공 개발과 재개발 이슈에서도 중심에 서 있다. 정부가 주거 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면, 기존 거주민들은 강제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재개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기존에 의존하던 복지 서비스와 생존 네트워크에서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반은 단순히 주거 공간만이 아니라, 주변의 인프라와 사람들로 구성된 생태계 전체와 맞물려 있다. 이 점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도시의 밀집된 환경이 필수적이다.

 

6. 문화·예술 기회의 집중

도시는 경제적 기회뿐만 아니라 문화적 기회도 집중되는 공간이다. 특히 비주류 예술이나 실험적인 문화 활동은 수요와 소비자 기반이 뒷받침되는 도시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서울에는 다양한 소극장과 공연장, 문화 공간들이 밀집해 있고, 비록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더라도 문화적 소비를 경험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많다.

지방에서는 문화적 기회 자체가 적어, 생활의 질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문화적·사회적 자본 역시 도시에서 더 쉽게 형성되고, 이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중요한 삶의 질 요소가 된다.

 

마치며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단순히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다. 높은 인구밀도와 공공 인프라가 얽혀 만들어낸 공동 부담 시스템 속에서, 경제적 약자들도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다양한 일자리와 생존 네트워크, 공공 복지, 문화적 기회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생존과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갖춰져 있다.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일수록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방 소멸이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대도시는 앞으로도 더 많은 경제적 약자들을 품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과 도시의 격차는 단순히 경제적 차이를 넘어, 생존을 위한 기회와 환경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