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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은퇴 후 시골은 환상일 뿐? 현실은 역세권 선호가 높아지는 이유

by 오늘의 부동산 브리핑 2025. 3. 29.

시작하며

"은퇴하면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텃밭이나 전원생활이 아니라, 병원과 대중교통이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체감하고 있다. 실제로 은퇴 후 역세권 아파트의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는 단순한 편의성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왜 노년층이 역세권에 더 집중하고, 이것이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1. 고령화로 인한 집값 하락은 과연 현실일까?

일반적으로 "노인이 많아지면 소득이 줄고, 결국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그러나 실제 부동산 시장은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① 60대는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

지금의 60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건강하고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70대가 되어서야 은퇴의 실감이 나기 시작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자녀가 두세 명 이상이고 자산이 꽤 있는 편이다.

② 집을 함부로 팔지 않는다

과거에는 나이 들면 집을 정리하고 외곽으로 나가거나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증여, 상속, 부담부 증여 등 절세 전략을 활용해 자산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자산이 다시 자녀 세대로 넘어가며 다시 시장 안으로 유입된다.

③ 유동성은 여전히 부동산에 머무른다

자녀에게 증여된 자금으로 다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금은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부동산 시장 안에서 순환되며, 집값 하락과는 거리가 멀다.

 

2. 실버세대에게 역세권이 중요한 이유

"나이 들면 시골 가서 농사 짓고 살래"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그보다는 병원, 교통, 문화시설이 가까운 도심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① 병원 접근성은 생존 문제다

대형 병원은 대부분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대형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데, 이 때문에 서울이나 인근 경기도 지역이 선호된다.

② 실버타운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

노인들만 모여 있는 실버타운은 오히려 우울감을 줄 수 있다. 많은 고령층이 다양한 연령대와 함께 살아가는 일반 주거지를 선호하며, 이는 실버타운의 한계를 보여준다.

③ 운전보다 대중교통이 중요한 이유

고령이 되면 운전 능력이 떨어지고, 운전을 포기하게 된다. 버스, 지하철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이 실질적인 생활 기반이 되는 이유다.

④ 외곽으로 이사한 후 다시 돌아오는 경우

은퇴 후 외곽으로 이주했다가 "도저히 못 살겠다"며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사는 생각보다 고되고,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사회적 단절은 외로움을 키운다.

 

3. 자녀와 함께하는 부동산 전략 변화

예전에는 나이 들면 "남은 인생 내가 다 쓰고 죽는다"는 식으로 자산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자녀와 상의해 전략적으로 자산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① 부담부 증여로 세금 절약

부모의 집을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로 이전하면 양도세와 증여세를 줄일 수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가족 전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② 자녀의 내 집 마련 도우미 역할

집을 작게 줄이거나 지역을 옮겨 생긴 여유 자금을 자녀에게 현금으로 증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받은 자금은 다시 부동산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③ ‘일단 전세로 가보세요’ 전략

자녀들이 부모에게 시골로 가기 전에 도심 아파트를 바로 팔지 말고 전세를 주고 시골에서 먼저 살아보라고 권유한다. 막상 살아보면 대부분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4. 집값에 영향을 주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고령화는 집값 하락의 직접 원인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은 다음과 같다.

①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경우

가격이 단기에 급등하면 자연스럽게 조정이 오면서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는 경제적 논리와 수요-공급의 균형에서 비롯된다.

② 실업률이 급격하게 오르는 경우

실업률이 단기간에 2% 이상 급등하면 시장에 불안감이 생기고,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고령화는 이 두 가지 요인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단지 노인이 많아졌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치며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할 때, '시골에서 조용히 살겠다'는 환상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고령층은 도심에서 역세권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 병원, 교통, 다양한 세대와의 교류, 그리고 삶의 질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 양식을 넘어, 부동산 시장의 흐름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고령화가 집값에 큰 영향을 줄 거라는 말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